2017년 5월18일,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장 마이켈 모레노(Maikel Moreno)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대법관 8명의 미국내 자산 동결 및 미국 입국 금지를 포함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미국 정부가 외국 법관들의 재산을 동결한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전임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켰던 혐의와 놀랍도록 일치했다. 바로 권력 남용과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응징 조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도대체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어떤 행동을 권력 남용으로 본 것일까?

2015년 총선에서 여당 베네수엘라 통합 사회주의당(PSUV: Partido Socialista Unido de Venezuela)은 야당 민주주의 행동(AD: Acción Democrática)에게 패배했고 베네수엘라 입법부는 여소야대의 상태였다. 권력 유지에 위기감을 느낀 마두로는 의회와 거듭 충돌해왔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난에 따른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마두로가 계엄령을 선포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설이 나돌고 있었다.

마두로는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서 군 대신 사법부를 선택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017년 3월29일 의회 해산을 선언하고, 의회의 입법권을 박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동시에 대법원이 입법권을 임시로 갖게 된다고 선언했다. 2015년 총선을 통해 정치와 경제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던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희망은 사법 쿠데타에 짓밟혔다. 그리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대도시들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권력 남용과 민주주의 훼손 혐의를 인정하고 마두로 정권에 부역한 판사들에게 경제 제재를 내렸다.

마두로 정권과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논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베네수엘라 대법원장 마이켈 모레노이다.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최근 자꾸 떠오르는 한국의 모 인물이 있어서 여러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Venezuela's Supreme Court President Maikel Moreno,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at the Supreme Court of Justice (TSJ) in Caracas

마이켈 호세 모레노 페레스(Maikel Jose Moreno Perez)는 판사로 임용되기 전부터 우고 차베스를 열렬히 지지하던 인물이었고 1998년 차베스가 대선을 준비할 때 그의 캠프에서 법률가로서 활동하며 차베스의 눈에 들었다. 차베스 정권에 의해 판사로 임명된 후부터는 차베스의 반대파들에게 무거운 형량을 내리고 차비스타(Chavista: ‘차베스 지지자’라는 의미) 피고들에게는 집행유예나 가벼운 형량을 내리는 수법으로 차베스의 총애를 받았다. 특히 차베스 정권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일부러 모레노에게 배당하는 수법을 쓰며 재판을 정치 탄압의 도구로 활용했다.

2004년 열렬한 차비스타였던 다닐로 앤더슨(Danilo Anderson) 검사가 폭탄테러로 사망하자 차베스는 판사 모레노를 특검에 임명했다. 그리고 모레노는 수사 끝에 야당 정치인들을 범인 혐의를 씌워 기소하는 대담한 행동을 벌였다. 비록 인권단체들이 지금까지도 증거가 조작되었고 재판이 엉터리라고 항의하고 있으나 모레노는 다시 판사로 임명되어 출세가도를 달렸다. 다만 모레노는 2007년에 차베스의 총애를 잃고 결국 법관 자리에서 해임되었다. 사법부가 아닌 외교부의 한직으로 좌천된 그는 권력에서 한참 멀어진 곳에 처박혀 있었으나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에 의해 2014년 다시 사법부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것도 대법관으로. 논란이 많은 인물을 중책에 발탁하려 할 때에는 다 그만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두로는 모레노를 대법관에서 곧 대법원장으로 승격시켰으며 모레노는 자신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마두로에게 충성하는 길 외에는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이미 마두로 정권의 하수인이나 다름없다. 사법부를 행정부의 첨병으로 만드는 것은 베네수엘라 좌파정권의 오랜 전략이었다. 2004년, 차베스 정부는 대법원 판사 자리를 모두 친 정부 성향의 인물들로만 채우며 사법부 길들이기를 거의 완수했다. 마두로는 차베스 이상으로 대법원을 장악하려 했다. 2004년에 차베스가 발탁한 예스맨들은 2015년에 숙청되었고 더욱 편파적인 판사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마두로가 왜 굳이 차베스에 충성하던 판사들을 내보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대법원이 담당한 45474개의 사건에서 단 한번도 정부의 뜻에 반대되는 판결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두로는 그 이상을 원했던 것 같다. 2015년의 총선 패배 직후, 마두로는 13명의 대법관들을 해고하고 더욱 과격한 좌편향 판사들을 뽑았다. 그리고 그들을 총괄하는 인물이 바로 모레노였던 것이다.

마두로는 2016년부터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제약을 피하기 위해 대법원을 통해 행정부 명령을 합헌으로 판결하는 편법을 쓰기 시작했다.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의회가 통과시키는 법도 대법원에서 위헌 판정을 내렸다. 베네수엘라의 삼권분립의 역사가 200년 가까이 되는데 2015년까지 의회에서 통과된 법에 대해 무효화를 한 횟수는 고작 1번에 불과했다. 그러나 마두로 치하에서 모레노의 대법원은 무려 10번의 무효 판결을 내렸다. 한국인들은 모레노가 하는 짓을 유심히 봐두기 바란다. 권력 남용이란 이런 것이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의 충복들에게 가한 미국 정부의 경제 제재에 대해 분노하며 막말을 쏟아냈다. 그만큼 마두로가 대법원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자신의 충견들에게만은 포상을 내리는 것이 독재자의 권력 유지 철칙인데 미국이 개입하면 결국 자신의 권력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미정권의 하수인들이 미국 국내에 재산을 빼돌리고 있었다는 지독한 모순도 한국과 대단히 비슷하다. 한국의 반미주의자들도 빠른 시일내에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처럼 한국 문재인 정권의 미래도 그다지 밝지 않다. 대통령에 취임한지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한국 외교는 붕괴하고 있고 경제난의 조짐들은 계속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문재인이 마치 자신의 전매특허처럼 내세워왔던 소통과 민주적 의사결정 원칙도 탈원전 정책을 비롯한 핵심 안건에서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문재인 정권은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부 장악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은 사법부를 장악하여 권력 유지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지속적으로 중립성을 의심받아온 정치색 강한 판사 김이수를 굳이 ‘소장 대행’으로 앉히면서까지 그를 헌재의 수장으로 삼으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에서 ‘힘내세요 김이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 친 정부 성향이 강한 인물을 내세워 헌재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kimbin

더구나 행정부 수장 문재인 대통령은 왜 사법부에 속한 인물 김이수를 지키겠다고 나서는가? 모레노의 경우에서 살펴보았듯이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력 남용이란 바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사법부의 권력을 확대 해석하여 입법부를 해산한 모레노처럼, 자신의 권력을 확대 해석하여 삼권분립을 초월하여 권력을 사용하는 것이 곧 권력 남용이다. 그리고 지금 사법부에 개입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그 어떤 대통령들보다도 가장 당돌한 권력 남용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국의 반미주의자들도 빠른 시일내에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기를 강력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