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또 하나의 관심사는 영토 문제,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독도 문제이다. 그 근거로서 대선 전에 이미 독도에 상륙한 일을 대중에게 어필했다는 점은 앞서 설명하였다. 문재인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캠프에 세종대 교수 호사카 유지(2003년에 한국에 귀화)를 초빙했다. 참고로 그는 한국에서 ‘양심적 일본인’으로 대우받고 있다. (역자 주: 호사카는 김장훈, 서경덕 등과 더불어 독도 홍보 영상에 참여했으나 역사적 근거 오류로 오히려 국제사회에서의 신용도를 떨어뜨렸다. 호사카는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인데 정말로 독도 전문가인지 논란이 많은 인물)

hosaka

2006년 노무현정권은 일본이 독도 인근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실시하던 해양조사에 강하게 반발하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표명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공격적인 태도를 계승할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문재인의 일본에 대한 인식 또한 기본적으로 노무현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독도문제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사실 한일관계에서 제일 심각한 당면의 문제는 2016년11월에 체결된 한일양국간의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비밀군사정보 보호협정)에 대한 문재인의 태도이다. GSOMIA를 비난한 측은 북한이나 중국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는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이 격렬해지고 있었던 기간이기도 했는데 안철수는 GSOMIA에 긍정적이었으나 문재인은 강력히 비판했었다.

GSOMIA는 동맹을 비롯한 군사적 협력관계에 있는 나라들이 서로의 군사기밀정보를 제공하며 동시에 제3국에의 방첩 업무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참고로 일본은 미국과 NATO하고도 GSOMIA를 체결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군사 협력의 목적은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정보 수집에서 한국은 정보기관에 의한 휴민트(정보수집활동)에 뛰어나며 일본은 정찰위성이나 조기경보 등을 통한 정보수집에 뛰어나다. 한일 양국이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큰 이점이 있으며, 특히 미국이 중간에서 취사선택한 정보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한일 GSOMIA는 대단히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것은 한국측에 큰 이익이 되는 협정이며 한국 국내에서 가해지는 ‘일본의 군사대국 부활’이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 2012년에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도중에 진전되지 않는 상태였는데 박근혜 정부의 요청에 의해 2016년 다시 협상이 재개되고 같은 해 11월13일에 정식으로 체결되었다.

2016년12월16일자 중앙일보에는 문재인이 GSOMIA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기사가 있다. 문재인은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에, 특히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여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문재인은 당시 진심을 말했을 것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GSOMIA를 파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문재인 정권 상대로 GSOMIA를 유지하는 것이 더 리스크가 크다. 노골적인 친북외교노선을 걸을지도 모르는 정권에게 일본의 정보를 넘겨주는 일이 과연 좋을 것인가? 그 정보가 당연히 북한이나 중국에게 넘어갈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미국 또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한국측이 파기하지 않아도 사실상 효력이 정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의 상황을 종합해본다면, 박근혜 정권 당시 개선되는 중이었던 한일관계는 문재인 정권 하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일본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주장할 것은 하고, 정치 논리를 외교에 앞세운 문재인 정권에게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는 각오를 세우고, 국제무대에 당당하게 나서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일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청산’을 내세우며 위안부 합의나 GSOMIA를 폐기하겠다고 한다면 그렇게 냅두는 수 밖에 없다. 대신, 일본도 더 이상 한국을 협력 관계에 있는 파트너로 볼 수 없게 되며 발전적인 협정을 맺지 못하게 될 뿐이다.

되돌아보면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여 주한대사, 부산총영사를 일시 귀국 시킨 조치는 일본으로서는 의연한 올바른 처사였다고 생각된다. 일시적으로 한일관계가 냉각된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정부의 일방적인 반일행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당시 일본정부는 2017년1월9일, 기습적인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1. 나가미네 주한대사와 모리모토 부산총영사의 일시 귀국
  2. 부산총영사관은 부산시가 주최하는 행사 참석을 거부
  3. 한일통화 스왑 협정을 중단
  4. 한일 경제협의 연기

이 4가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국 정부에 전달했으며 스가 관방장관은 이 4가지 조치의 해제에 대해서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언급하고, 한국정부의 대응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사의 일시귀국은 ‘소환’과는 다르다. 대사 소환은 장래 외교관계 단절마저도 염두에 둔 강한 항의이지만 일시귀국은 항의의 의사 표현이면서도 어디까지나 문제 해결을 위해 추후 협의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나도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상륙한 일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서 일시 귀국을 명령받은 일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행위에 항의하는 의미였다. 2017년의 일시 귀국조치는 시민단체의 행동에 정부가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에 항의하는 것이었으므로 한국측에서 상당히 놀라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분명 위안부 소녀상 설치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시민단체였다. 하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로 약속받은 서울의 소녀상 철거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의 총영사관에 소녀상을 추가로 세우고, 정부가 그것을 막을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신뢰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외교가의 기본 정신이 빈 조약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정부의 항의는 결코 지나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한국의 국민감정이 아무리 격앙되어 있다 해도 타국의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는 행위의 심각함은 숨길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기 힘든 결례이다. 이 점은 한국외교부도 인정한 바 있다.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총영사는 북한발 위기가 고조되고 또 한국 대선에 대한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3개월 후 다시 한국에 부임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대사 자리가 공석으로 남겨진 채였던 상황에서 일본 대사까지도 3개월이나 자리를 비웠다는 ‘비상 사태’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나름의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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