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에는 이런 잠언이 있다. “한 살은 임금님. 모든 사람들이 임금님 모시듯 비위를 맞춘다. 두 살은 돼지. 진흙탕 속을 마구 뒹군다. 열 살은 새끼 양. 웃고 떠들고 마음껏 뛰어다닌다. 열여덟 살은 말. 다 자라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결혼하면 당나귀. 가정 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한다. 중년은 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사람들의 호의를 개처럼 구걸한다. 노년은 원숭이. 어린아이와 똑같아지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문재인의 정치인생이야말로 이 잠언의 축소판이 아닐까. 노무현의 후계자로 지목되면서 문재인은 임금님이 되었다. 그리고 온갖 반대를 위한 반대를 벌이며 돼지처럼 굴었다. 노조가 주도한 촛불 광풍을 혁명이라느니 혹은 광장 민주주의라 부르며 맹신자들에 둘러싸여 권력의 꿈에 취해있었을 때 그는 분명 돼지였다. 청와대에 들어가자 이제는 새끼 양처럼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대통령상을 연기해댔다.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그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G20 회의에 다녀온 후, 그는 자신이 별 것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밀월 기간은 끝났고 국정 운영의 무거운 짐이 그를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호의를 전혀 알아주지 않는 북한에게서 결국 정신 감정을 받으라는 조롱을 들었을 때의 문재인은 당나귀처럼 지친 모습이었고, 미국에 사드를 (문재인은 어디까지나 ‘임시’라고 뻗대고 있지만) 배치하겠다고 물러섰을 때의 문재인은 개처럼 호의를 구걸하고 있었다. 사드 배치에 분노한 중국은 문재인을 정말로 개처럼 무시했다.

문재인은 다시 임금님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의 위상은 원숭이에 불과하다. 자신의 동의 없이는 아무도 군사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을 때, 북핵 위기에 대한 레드라인을 자기 멋대로 선포했을 때, 러시아까지 가서 자기 옆에서 한숨을 쉬는 푸틴을 보지도 못한 채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을 떠들었을 때,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선포된 직후 북한에 8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을 때, 그리고 북한을 재기불능으로 만들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을 때, 문재인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여념 밖에 없다. 그리하여 국내 언론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우는 리더’로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원숭이의 재롱에 더 가깝다. 트럼프의 실패를 바라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트럼프가 주도하는 북한 제재에 동참했고, 일본은 한미동맹을 대신하는 새로운 미국의 최우방으로 떠올랐다. 문재인의 북한 지원 발언 직후, 일본은 격렬하게 반발했고 미국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게는 북한과의 밀무역을 단속해달라고 요청해놓고 자기는 공식적으로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니 이것을 합리적인 판단력을 가진 정부의 외교라고 도무지 볼 수가 없다.

나는 문재인이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이유에는 문재인 개인의 허세도 있지만 문재인 권력 기반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의 권력 기반은 – 뭉뚱그려서 ‘문빠’, ‘달레반’ 등으로 묘사되지만 – 구체적으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친북세력과 문재인 개인숭배에 빠진 세력이다. 전자는 문재인을 친북/좌편향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한 대리인으로 보지만 후자는 문재인이라는 개인에게만 복종한다. 전자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역시 문정인과 임종석이 떠오른다. 문정인은 김대중 밑에서 햇볕정책을 입안한 인물이며 임종석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주사파의 거두이기 때문이다. 반면 후자는 문재인이 아니면 두번 다시 부와 권력을 잡을 수 없을 집단이다. 그래서 이념보다는 문재인이라는 개인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조국, 장하성, 송영무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두 세력은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는 권력의 파이를 한뼘도 내주지 않으려 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이토록 내분이 심하다고 전제한다면 뼛속까지 기회주의자인 홍석현이 문재인 권력집단에서 스스로 빠져나간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홍석현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권력을 쥐는 것 뿐으로 친북 진영과 개인숭배 진영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입장에서도 홍석현은 처음부터 대미 외교에서 강경화를 지원하기 위해 발탁한 인사에 불과했는데, 강경화의 무능은 너무나 빠르게 국제 외교가에서 드러나버렸고, 홍석현도 그리 강경화에게 협력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홍석현의 이탈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단지 권력에 굶주린 기회주의자들과 진정한 지도자의 차이는 바로 대의명분이다. 문재인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대의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적폐 청산이라는 애매모호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그 적폐에 대한 정의부터가 이현령 비현령 수준이었고 게다가 기껏 자기가 규정한 ‘적폐’를 스스로 청산하지도 못했다. 오로지 권력을 잡고 싶다는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세력이나 허겁지겁 규합했을 뿐이다. 그리고 현재 문재인의 추종자들은 친북이라는 확고한 이념을 갖고 있는 세력과 조지 오웰의 대표작 1984의 유명한 구절 그대로 “권력의 목적은 권력 그 자체”인 세력으로 나뉘고 있다.

이 두 집단이 반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반미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재인의 멘토였던 노무현도 그러했지만 실제 국정을 운영하면서 반미를 실천으로 옮기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친북주의자들이란 오로지 이념만을 추구할 수 있는 광신을 가진 집단이지만 문재인처럼 이미 권력을 잡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권력을 최대한 오래 갖고 있는 것만이 지상과제이다. 이 점에서 친북세력과 문재인 개인숭배 세력의 견해 차이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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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문재인이 정상적인 대통령 임기를 다한다고 가정하면, 그는 4년 이상이나 남아있는 임기를 남겨놓고 현재 권력을 운영하는 방법으로 갈등하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이 원하는 길은 안보는 사실상 미국에게 맡겨놓고 (즉, 친미정권으로 돌변하여) 자신은 국내에서 권력을 다지는 일에만 몰두하는 길이다. 대통령 취임 후의 첫 방미 때,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와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고분고분 끌려다닌 것도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문재인의 의지가 반영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친미노선을 선택하자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달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정인과 임종석으로 대표되는 친북세력이 언제까지 자기에게 복종하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친북세력은 선거에서 직접 후보를 내어 승리할 수는 없지만 노조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 힘이 만만치 않다. 문재인은 그 친북세력의 도움을 받아 계속 재기할 수 있었고 기어이 박근혜까지 실각시켰다. 최순실 스캔들의 최대 수혜자인 문재인은 친북세력이 가진 정치공작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반대로 문재인 숭배자들에게는 오로지 문재인의 권력만이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문재인의 임기 중에 최대한 챙겨두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가능하다면 정권 재창출을 통해 계속해서 특권층에 남아있고 싶어한다. 그런 사람들은 반미 노선에 동조할 수 없는 입장이다. 만일 문재인이 끝까지 반미로 치달아 미국의 보복을 받는 상황까지 초래된다면 그들이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은 줄어들고 급기야는 침몰하는 배에 남아있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는 바로 권력 재창출에 실패하여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일이다. 현재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개인적 친분’과 ‘관계자의 증언’을 확대해석하여 기소하고 있는 판인데, 시민단체 시절부터, 혹은 노무현 정권 때부터 문재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고 이미 청렴도에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는 현 정권의 심복들은 다시 보수 정권으로 바뀌게 되면 그때에는 정말로 법망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문재인만을 바라보고 있는 세력은 오히려 문재인의 권력을 약화시킬 친북 노선을 몹시 경계하고 있다.

두 거대한 세력이 줏대없는 문재인을 양쪽에서 흔들어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문재인의 갈짓자 외교도 설명이 된다. 문재인이 대북 경제 제재 직후 갑자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들고 나온 이유는 다름아닌 친북 진영의 요구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송영무가 문정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것을 신호탄으로 문재인 권력집단은 앞으로도 계속 내분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에도 홍위병 세력들은 서로 자기들이야말로 모택동의 가르침을 따르는 진정한 홍위병이라며 내전 수준의 내분을 벌였다. 모택동의 측근들도 권력다툼을 벌였다. 모택동 자신도 권력다툼에 끼어들었다. 그 결과 임표가 실각하고 4인방이 급부상한 것이다. 정치에서의 대의명분이란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명분 없이 서로 권력을 탐하며 경쟁하는 상황에서 내부 투쟁과 숙청은 피할 수 없다.

그래도 그나마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원숭이 취급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자급자족의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택동 때문에 중국 경제가 외국과의 무역에 그리 의존하지 않았고, 주은래가 주도하는 외교팀이 유능했을 뿐더러 상당한 재량권도 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 처지가 중국과 전혀 다르다. 한국 경제는 안정된 외교 위에서만 발전할 수 있으나 문재인이 외교부장관으로 임명한 강경화 또한 국제무대에서는 또다른 원숭이에 불과하다. 줏대없는 대통령과 무능한 외교부장관 덕분에 정부 내부의 권력다툼은 외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고 한국 외교는 임금님이 되고 싶어하는 원숭이처럼 몰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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