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때에도, 메르스 사건 때에도 비판을 받았고, 총선에서도 패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욱 큰 비판의 표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모든 정책을 직접 결정하는 박 전 대통령은 제3자로부터 ‘밀실정치’로 보이기 십상이라서 여기에 최순실 같은 수상한 인물이 얽힌 의혹이 나오면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데모에서는 20대의 젊은이나 중고등학생들의 모습도 있었다. 그들의 분노는 최순실의 딸이 고교와 대학 입시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에서 기인했다. 자기들은 부모에게 부담을 가하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학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데 권력자의 마음에 든 인간의 딸은 명문대에 진학했으며 또한 승마선수로서 재벌의 지원을 받았다고 보도되자 젊은이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러나 매주 토요일 밤, 데모를 하면서 현직 대통령에게 ‘하야하라’, ‘감옥에 넣어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니, 그들은 결국 한국 국내 사건 이외의 다른 모든 문제들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탄핵 발의는 많은 여당의원들도 찬성했으나 이는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탄핵 발의 이후,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민간인의 정치 개입을 허용하고 대통령 직권을 남용한 것이 헌법에 위배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감히 다른 나라의 사법판단을 평가하며 끼어들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탄핵 소추의 이유 다섯가지 중 4가지는 위법 행위는 될 수 있어도 헌법위반으로는 볼 수 없으며, 이것이 과연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할 근거인지는 나 개인의 의견으로는 일반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탄핵은 허겁지겁 갖다맞추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헌재는 ‘헌법을 저버리고 조사에도 비협조적이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박 전 대통령의 “내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가”하는 반발심에서 “인민재판의 요구를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반면 헌법재판소로서는 분노하는 국민들의 존재 때문에 처음부터 탄핵을 기각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헌재 재판관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다소 억지스러워도 파면을 결정하는 쪽이 나라의 혼란을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라 나는 추측한다.

촛불에 불을 붙이고 탄핵까지 전력질주했던 한국인들을 보고 있으면 그저 전원이 공만 쫓아가는 초등학생 축구를 떠올리게 된다. 축구에는 각기 선수에게 맞는 포지션이 있는 법인데. 이제 촛불데모 이후의 한국에서 사령탑 역할은 누가 해줄 것인가? 냉정하게 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할 참모 역할은 누가 해줄 것인가?

결국 박근혜 정권은 세간의 여론에 끌려 탄핵되어 파면되었다. 민주 선거로 탄생한 정권이 촛불데모로 쓰러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진보 진영에서는 시민의 명예혁명,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자평하고 있다. 2017년4월23일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의 헌법개정에 대해 ‘새 헌법의 전문에는 1979년의 부마민주항쟁, 1980년의 광주사건, 1987년의 6월항쟁, 그리고 촛불집회의 정신을 명기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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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촛불데모야말로 한번 감정에 휩싸이면 냉정함을 잃어버리는 한국인 기질의 상징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어찌 되었든 5천만 유권자들의 선거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이었다. 그것이 고작 100만명 정도가 참여한, 그것도 북한 공작원이 관여했을지도 모르는 데모에 의해 탄핵으로 끌고 간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발로라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착각이다. 문재인 정권은 세계에서 가장 민주주의와 동떨어진 김정은 정권을 세계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챙기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진심으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대로라면 민주주의의 승리가 민주주의에서 가장 동떨어진 체제를 돕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 모순을 한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 눈치라도 채고 있는 것일까?

“북한은 동포니까 일본이나 미국이 뭐라고 하든 간에 도와야 해”라는 발상이 민주적이라면,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암살했으며, 원조로 받은 외화를 핵무기 개발에 쏟아붓는 비열한 위정자를 돕는 일도 역시 민주적이란 말인가? 김정은은 자신의 동포인 북한 민중을 박해하고 고난 속으로 밀어넣는 독재자이다. 그 사실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한국은 법을 지키는 한, 자유롭게 정치 의견을 낼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이것은 분명히 민주주의의 승리이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서 개인의 정치 의견을 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명을 씌워 처형하는 나라가 북한이다. 민주주의의 승리를 내세우며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민주주의를 가장 심각하게 짓밟는 국가를 원조하려고 한다. 북한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뻐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속보를 파면 선고로부터 겨우 2시간 안에 보도했을 정도이다. 그들이 기뻐하는 민주주의의 승리가 실제로는 동포들의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다. 분노에 눈이 멀어 질주해온 한국인들이 그들이 마주한 모순적인 현실을 빨리 깨닫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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