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인식이라든가 정책 공약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다수 일본인들은 왜 이러한 인물이 당선되었는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던 ‘촛불데모’가 격화되었을 무렵, 문재인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압도적으로 올라갔다. 지지율은 다소 변화를 겪었지만 최종적으로 부동표로 알려진 중도층을 흡수한 것이 대선 승리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언동에 탁월한 인물이며 선기 기간 중, 한국 유권자들의 민심 변화는 매우 극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최순실 사건 발발 직전, 2016년7월에 독도를 방문했는데 이것은 대선 출마 선언을 위한 포석으로 보여진다. 또한 2017년1월에는20일에는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하여 일부러 허리를 굽히는 포즈를 취하면서 소녀상과 마주보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소녀상은 일본 총영사관이 위치한 부산 동구 구청에 의해 잠깐 철거되었으나 당시 대선 유력 후보였던 문재인이 소녀상 철거는 친일행위라고 SNS에서 비판한 일을 계기로 다시 설치되었다.

부산 소녀상 찾은 문재인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압승한 직후, 문재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문재인보다는 온건했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자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것은 문재인측에게도 예상외의 변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캠프는 당황하지 않았다. 금세 공약을 수정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 변화이다. 문재인은 “사드 배치는 다음 정권에서 결정할 일이다”고 일관되게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으나 4월1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해서 받는다면, 사드 배치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안희정을 비롯한 중도좌파 세력의 이탈을 경계하여 취한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선에 필요한 민심의 흐름을 잘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당선을 계기로 되돌아보면 한국 국민의 친북, 진보세력에 대한 인식이 일본 국민들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후보 개인 뿐만이 아니라 후보의 소속 정당이 취해온 정책적 입장이 중요한 판단재료이다. 특히 민감한 정책 쟁점이 있다면 더더욱 소속 정당의 입장을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이번 선거를 보자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4월위기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친북주의자 문재인의 지지율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인 유권자들에게는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기현상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3가지를 지목할 수 있다.

첫재,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정치가 보수화 되어가는 것과 달리, 한국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학창시절을 보낸 현재 3~40대를 중심으로 여전히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는 학생운동에 참여한 사람들도 사회인이 되면 현실적인 견해를 갖추게 되지만, 이성보다는 감정을 따라가는 한국인은 한번 몸에 밴 정치 성향에서 쉽게 돌아서지 않는다. 이러한 계층에게는 보수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그저 보수비판, 보수가 아니면 뭐든지 좋다는 태도를 가진 것이 아닐까. 일본의 1970년대 이전의 사회 분위기와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또한 아직 젊은 20대 유권자들에게 정치 성향을 갖는 것은 둘째 문제이며 당장 눈앞의 경제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현실가능성이 낮은 그때 그때 세간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내놓기 때문에 젊은 유권자들에게도 진보세력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둘째로, 한국 사회에는 설령 북한이 핵실험을 다 끝내고 핵미사일을 아무리 개발한다 해도 “설마 같은 동포인 우리들에게 핵을 쏘겠어?”하는 근거없는 낙관적 관측이 강하게 존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들에서도 알 수 있는 이러한 북한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감각은 일본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북한의 공포는 한국인들에게 실감나지 않으며 문재인의 대북정책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으며 김정은 정권에만 이로운 것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객관적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기대감을 우선시하는 한국인의 성향은 김정은에 대한 평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인은 “같은 동포를 공격할 리 없어”라고 말하지만 김정은은 이복형마저도 독살하는 위정자이다. 그런 인물에 대해서도 동포라서 공격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이 아니라 기대감부터 앞세우는 한국에서 북한의 위험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엷어지고 오히려 일본에 대해 “과민반응이다. 소란피운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한국인의 이러한 특성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로서는 국제 안보 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교제하는 일본인들에게도 기대감을 앞세우는 한국인의 특성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두고 싶다. 한국인이 자신에 대해 가진 기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는다면 한국인은 언젠가 일본인에 대해 갑자기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현재 진보세력의 주력이기 때문에 그들은 선거를 “노무현을 자살로 내몬 보수세력에게 복수할 기회”로만 보고 있다. 선거를 복수의 수단으로 보는 감각도 일본인들에게는 낯선 것이겠지만, 자살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과 노무현의 원수를 갚겠다는 복수심이 문재인 지지세력에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자체는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된다. 사랑하는 지도자 노무현을 살해한 보수에 대한 증오심만이 전부이며 최순실 사건은 그 쌓은 증오의 총결산이다. 오로지 보수파에게 복수하는 것만이 목적이므로 문재인이 당선 후에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관심 밖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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