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자신의 과거 행적에서 내가 가장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대선 중에도 논란이 되었던 ‘북한 정부의 의견 묻기’ 의혹이다. 그것은 2007년, UN인권위원회에서의 북한에 대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당시 노무현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이 북한 정부의 뜻을 묻고 인권결의안 기권을 결정했다는 의혹이다.

이 의혹을 폭로한 인물은 당시 노무현 정권에서 인권결의안 찬성을 주장하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다. 이 내용은 2016년10월에 출판된 그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서술되어 있으며 당시 언론에서도 보도했었다. 게다가 이병호 국정원장이 10월19일 국회에서 송민순 회고록의 내용은 거의 다 사실임을 인정했다. 문재인 진영은 송민순과 이병호의 주장에 반론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재인은 친북 정도가 아니라 종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해 10월에 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박대통령 비판 일색으로 물들었기 때문에 문재인에 대한 책임 추궁은 자연히 약해졌다.

2017년 대선 때 그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는 했다. 문재인 진영에서는 북조선에 인권결의안에 대한 문서를 보낸 것은 어디까지나 기권을 결정한 후였고 따라서 북한의 의견을 물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송민순 전 장관을 명예훼손, 후보자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보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하였다. 그리고 문재인은 대선에서 당선되었다.

이 의혹의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명명백백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다만 나로서는 문재인이 2016년에는 아무 반론도 못하고 묵살하려고만 했다는 점은 심히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실권자 문재인이 북한의 의견을 물었는가 하는 의혹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이 어쨌거나 국제사회의 여론과 미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북한을 옹호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을 생각할 때마다 내가 문재인과 면담할 때 그 자리에 서훈도 참석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단지 서훈 한 명의 존재만을 보고 문재인이 계속 평양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속단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우려는 가시질 않는다.

백번 양보해서 상대가 김정일이었던 시절에는 북한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했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지도자는 어떤 짓을 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김정은이다. 게다가 핵무기 개발도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북한 입장만을 대변하는 인물이 지도자가 되어서 한국의 안전과 국익은 정말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일본에게도 국익이 걸린 위기이다.

예전부터 친북주의자로 의심받아온 문재인이었는데 19대 대선 유세 중에는 명료하게 그 본성을 드러냈다. 2017년, 북한 김일성 주석탄신일(4월15일)과 조선인민군 창건일(4월25일) 사이에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정보가 포착됨에 따라 일본과 미국은 북한에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던 시기이다. 4월19일, KBS 방송국에서 행해진 대선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은 우리의 주적인가?”는 질문을 했다. 문재인은 “그러한 규정은 국방부가 할 일이며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고 말하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실은 2016년12월에 발간된 최신 한국군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해 “핵무기 위험이 존재하는 한, 북한은 우리의 적이다”고 씌여져 있다. 단, 표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북한이 주적이라고 규정하는 표현은 2004년부터 사용되지 않았다. 즉, 노무현 정권 때 주적 표현이 사라진 것이다.

문재인 후보 당사자는 주적을 정하는 것이 대통령의 일이 아니라는 근거로,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분명 대통령의 책무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성실한 의무를 다한다”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은 2004년 이래로 5번의 핵실험을 포함하여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진했고, 2010년 3월에는 초계함 천안을 어뢰로 격침시켰다. 2010년10월에는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는 등, 지속적인 군사도발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책무에 관해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한다”는 부분을 평화통일보다 더 우선적으로 규정해놓지 않았는가.

더욱 심각한 것은 38선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은 4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서울이 지리적으로 북한군의 공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만일 미군이 구상하는 ‘참수작전’이 성공하지 못하고 전투가 계속된다면 북한이 제일 먼저 공격할 표적은 수도 서울이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서울을 실제로 불바다로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휴전선 부근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한국을 계속 협박하는 김정은 정권이 주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군은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한 방어체계를 펼치고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 북한의 위협이 심해지고 있는 때에조차 북한을 주적이라 부르지 않고 대화와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문재인이다. 실제로 그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마저도 북한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그 나라의 지도자가 자신의 형을 독살하는 와중에도, 북한에 대한 문재인의 생각은 바뀌지 않은 채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지금까지 2번 행해졌다. 햇볕정책을 내걸었던 김대중 정권(2000년), 그리고 노무현 정권 말기(2007년)에 한번씩 열렸다. 최초의 회담에서는 남북공동선언이 체결되어 경제혀력과 이산가족 사업 등을 논의했다. 두번째 회담에서는 특별한 합의는 없었고 대외적으로 남북 화해를 어필하여 국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번째 정상회담을 추진한 인물이 바로 ‘지금도 필요하면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문재인이다.

나는 외교관으로서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김대중도 노무현도 북한이 저지른 대표적 테러인 1983년의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과 1987년의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등에 대해 사죄를 요구하기는커녕 언급조차 안지 않았다는 점이다. 3번째 남북정상회담을 꿈꾸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저질러온 한국에 대한 범죄에 대해 언급할 생각이라도 있는 것일까? 외교에서 사죄를 받아내는 것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과거사의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항의나 반격도 못하는 나라’라는 인상만을 줄 것이다.

일본인들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겠으나 나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과거사에 관련된 어떠한 언급이나 항의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대해서는 그토록 집요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인물이 북한에 대해서는 태도를 180도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의 범죄행위가 터질 때마다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만일 정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을 비난하겠다”고 둘러대고 있다.

2017년2월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공작에 의해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씨가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문재인은 2월19일 북한 정권을 비난하기는 했다. 단, “만일 이것이 북한의 지시에 의해 발생한 정치적 암살이라면”이라는 단서를 굳이 달았다. 19일이면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미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리고 북한 국적의 4번째 용의자를 공개수배한 때이다.

Front-page-of-Malaysia-newspaper-New-Straits-Times

2017년4월24일 중앙일보 칼럼 ‘시시각각: 문재인의 대북정책을 본다’에서 전영기 칼럼니스트는 “문재인의 대북정책의 큰 틀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과 박선원 전 청와대 외교전략비서관이 짜고 있다”고 썼다. 정세현은 “김정남 암살은 형제간의 권력다툼으로 우리가 비난할 일이 아니다. 안보문제와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만일 문재인과 정세현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면, 문재인은 사용은 물론이고 제조와 보유마저도 전부 국제사회에서 강력히 규제되는 화학무기 VX가스를 사용한 암살사건을 그저 형제싸움으로만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다.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