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한대사로서 한번 문재인과 면담한 적이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시기에 나는 각 유력 후보들과 접촉하여 일본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한일관계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각 후보들을 분석하고자 했다. 박근혜 후보와는 예전에도 대화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문재인 후보와는 2012년이 처음이었다.

몇 번이고 면담을 요청했으나 문재인측은 일정 문제를 비롯한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면담을 거부해왔다. 그러다가 내가 먼저 ‘서울 이외의 장소도 상관없다’고 전하자 그제서야 ‘부산의 사무소에서 면담하자’는 답변이 왔다.

나는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며 최후를 맞은 땅인 부산 근교 김해시에 만들어진 노무현 기념관을 방문하여 헌화하고 묵념했다. 우선 그 사실을 문재인에게 전하고 그 다음에는 한일관계의 현재 상태, 한일 양국의 경제 협력의 중요성, 한일FTA의 장점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시면 앞으로 새롭고 건설적인 한일관계의 증진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그저 입만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내가 한 말에 전혀 흥미가 없는 듯했다. 그러더니 침묵을 깨고 그가 한 말은, “일본은 북한에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는가? 일본은 남북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였다.

나는 북한에 의해 발생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무기 문제 등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정부는 물론 남북통일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문재인은 그 외의 어떠한 다른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다. 그리고 나는 외무성에 “문재인 후보는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가 먼저 좋아지는 것을 한일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보고 있다”고 보고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친일청산’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또한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설치하고 과거사 정리 사업을 완수하겠다고도 말했다. 2016년에는 독도에 상륙하여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영토주권의 중요성을 생각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이 된 지금도 문재인의 관점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인식은 그저 역사문제와 영토문제에만 국한되어 있으며 나머지는 오로지 대북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만 치우쳐있다. 문재인의 관점에서 외교와 안보의 축은 일본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며 오로지 북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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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의 면담에 동석하고 있던 인물은 노무현 정권 당시 국정원에서 평양과의 연락책으로 활동했던 서훈 제3차장이었다. 노무현 정권 시절, ‘김정일 총서기가 남한 관료들 중에서 유일하게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그 인물이다. 나는 서훈이 문재인 진영의 브레인으로 문재인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노무현 정권 때의 북한은 김정일 체제였고 2012년의 김정은 체제와 상당히 달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는 그래도 아직 장성택이 숙청되기 전이었고 따라서 서훈은 계속 북한과 접촉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즉, 친북인사로 알려진 그러한 인물을 주한대사인 나와의 면담자리에 동석시켰다는 점은 문재인이 친북노선을 버릴 생각이 없음을 일본에게 암시하는 메시지였다고 해석한다. 2017년5월, 문재인 정권 탄생 직후, 서훈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국정원장 후보로 지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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